복수는 누구의 것?
2013.5.25
예전에 마트에서 일할 때 겪은 일이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계산대를 맡고 계시는 여사님께서 봉변을 당했다.
범인은 굉장히 성질이 급하고 다혈질의 할아버지였다. 아주 '국보급 다혈질'이었다.
평소에도 직원 설명 제대로 안 듣고 아무거나 샀다가 다짜고짜 교환해달라는 손님이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살땐 커피 아무거나 달라고해서 사가지고 가서는 다시 돌아와서 자신은 커피가루만 있는 것을 원했는데 믹스를 줬다고 역정을 내며 바꿔달라고 했다.
여사님이 이미 개봉한 것은 교환이나 환불이 안된다고하자 할아버지는 화를 내며 급기야는 커피믹스를 여사님한테 퍼부어 버렸다.
내가 왔을땐 여사님을 비롯한 계산 데스크 전체가 커피믹스 가루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할아버지는 나를 보자 쏜살같이 도망가버렸다(연세도 적지않으신데 금세 사라지셨다. 분노도 일종의 부정적 에너지인 것 같다).
평소 어머니처럼 나를 대해주시던 분이라 이 사건은 더욱,더욱 화가 났다. 하루종일 커피믹스들고가는 사람만 보면 신경이 쓰였다.
잡히기만하면 업무방해죄로 신고..가 아니라 때려눕혀야겠다는 생각이 내 머리 속을 가득 채웠다. 너무너무 성질이 났다.
그런데 그 다음날 묵상했던 말씀이 창세기 34장의 디나 사건이었다.
야곱이 머물렀던 땅의 토착민인 세겜은 야곱과 레아 사이에서 낳은 딸 디나를 보고 반하여 몹쓸 짓을 했다.
세겜도 일 저지르고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디나의 마음을 말로 위로하고 아버지 하몰에게 얘기하여 정식으로 결혼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디나의 오빠들은 이 일을 듣고 모두가 근심하고 심히 노했다고 했는데 정작 디나의 아버지 야곱은 화를 내거나 세겜을 꾸짖던가 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다만 방관할 뿐이었다.
시므온과 레위는 결국 그 분노를 속임수(거짓말+신성모독)와 세겜일족을 학살하는 것으로 해소하고 말았다.
학살사건 후 야곱은 하나님 앞에서 짓는 sin을 걱정하기는 커녕 crime을 걱정했다.주변 원주민들이 보복할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이에 시므온과 레위는 그들이 우리 여동생을 그렇게 취급하는 것이 옳으냐고 항의한다.
세겜과 하몰의 처신이 옳다, 그르다고 판단하려는 게 아니다. 시므온과 레위, 그리고 야곱의 처신도 함께 보아야 한다.
예전엔 시므온과 레위의 이러한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제 비슷한 상황에 처해보니 그제서야 그들의 심정이 공감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억울하고 화나는 일을 당하는 것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감은 되었지만 '그들의 행동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21살 때 일이다.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셔서 같은 동네사는 아저씨를 자주 우리집으로 초대하여 술자리를 가지셨다.
그런데 자주 두 분이 싸우셨다. 아버지께서 술김에 실언하시면 다혈질인 아저씨는 화내고, 말싸움으로 시작해서 몸싸움까지...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저씨(50대)가 아버지(71세)보다 많이 어리시니까 화가 나도 참으시라고 타일렀지만 그때 뿐이었다.
그렇게 계속 말리기만 하다가 너무 화가 나서 아저씨를 때려 눕혔다. 현관에 가득 고인 피를 보고나서야 겨우 제 정신이 들었다. 아저씨도 잘못한 것이 있으니 고소를 하진 않았지만 그후 갑작스런 사정이 생겨 우리 부자는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되었고 깊이 패인 감정의 골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채 헤어지고 말았다.
이 이야기를 남자들한테 들려주면 거의 공감을 한다.맞아도 싸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이 사건을 곱씹으며 갈등하고 갈등했다.
하나님은 성자 예수님의 사역을 보여주셨다.
예수님은 오랫동안 하나님 아버지를 모욕하고 대적했던 인간들을 구원하기위해 친히 고난받으시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
예수님은 당장 십자가에서 내려와 하나님의 계획과 예수님 당신을 능멸한 자들을 '때려눕히실' 수있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예수님은 철저히 하나님 뜻을 따르셨다. 온전하게 선을 행하셨다.
모든 사람이 구원에 이르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따르셨다(요3:16).
바울은 그동안 자신을 괴롭히고 핍박한 사람에 대하여, "구리 세공업자 알렉산더가 내게 해를 많이 입혔으매 주께서 그 행한 대로 그에게 갚으시리니"(딤후4:14) 라고 말했다.
직접 복수하려하지 않고 재판관이시자,심판자이신 하나님께 맡겨드렸다. 더구나 우리는 하나님의 언약백성이다.
"진노하심으로 소멸하시되 없어지기까지 소멸하사 하나님이 야곱 중에서 다스리심을 땅 끝까지 알게 하소서"
(시59:13)
시편 59편은 다윗이 지은 시다. 어떤 상황에 썼냐면 사울이 다윗을 죽이려고 사람을 시켜 그 집을 지킨 때에 쓴 거다.
자신이 언약백성임을 기억하며 하나님은 야곱(언약백성)을 다스리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땅 위에 사는 모든 자가 알게 되기를 간구했다.
시편 109편에서 시편기자는 악인에게 사랑을 행했으나 악인은 오히려 그에게 악을 행했다.
시편기자는 가난하고 궁핍했으며, 마음에 심한 상처를 입었고, 하나님께 금식하여 기도하느라 육체는 수척해졌다.
그는 자신을 바람에 날려가는 메뚜기라고 표현할만큼 강자에게 휘둘리는 약자였다.
이런 그를 악인들은 비방하고 조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편기자는 약자를 도우시는 하나님을 의지했다.
자신이 하나님과 영원히 언약을 맺은 백성임을 알고 언약을 기초로 기도했다. 직접 복수하려하지 않았다.
언약백성을 핍박하는 자들을 하나님께서 공정하게 재판하여 심판하실 것을 믿었다. 오히려 하나님을 찬양하고 입으로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복수는 우리의 것이 아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공정하게 재판하실 수 있고 심판하실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축구선수라도 심판의 판정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심판이 레드카드를 들면 퇴장해야하고, 프리킥이라면 프리킥을 해야한다. 선수가 할 바는 정직하게 플레이하는 것이고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뛰어야한다.
성도가 할 바는 하나님 형상따라 선하게 사는 것이고 성공이 아닌 승리를 위해 정직에 힘써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열심히 사랑해야 한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
모든 자들이 구원에 이르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딤전2:4)을 따라 악을 악으로 갚지말고 선으로 갚아야한다.
로마서12장에서 바울은 원수에게 베푸는 선을 원수의 머리에 숯불을 쌓아놓는다고 표현하고있다.
원수가 부엌에 음식과 추위를 해결해주는 생명과도 같은 불을 꺼트려 우리에게 불을 빌리러 올때 문전박대하지 말고 숯불을 가득히 쌓아주는 선을 베풀라는 말이다.
로마서 12:19~21
19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 20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21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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