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기독교

예수의 장례를 준비한 마리아

아이자야 2023. 4. 30. 20:59

2022.4.3. 요한복음 12장1~8절

본문관찰

나사로가 베푼 잔치 : 1~3절

이 유월절은 예수님의 공생애 중에 네 번째 유월절이다.

(요한복음 2:3과 6:4에 두 번의 유월절이 언급되어 있고, 요한복음 5:1의 절기도 유월절이든지, 혹은 다른 유월절 후의 어떤 절기일 것이다) 베다니 지역은 예수님의 능력으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나사로가 있는 곳이다.

거기서 나사로, 마르다, 마리아 남매는 집에서 잔치를 열었다.

예수님이 나사로를 다시 살리신 일이 감사하여 연 잔치로 보인다.

마르다는 음식을 준비하고 상을 차리는 일을 보았고, 나사로는 예수님과 다른 손님들과 함께 음식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아 있었다.

이때 마리아는 값 비싼 나드 향유를 가져다가 깨뜨려 예수님의 발에 붓고는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의 발을 씻었다.

향유 용기 전체를 깨뜨린 것이 아니라, 향기가 휘발되지 않게 밀봉한 뚜껑 봉인을 깨뜨린 것이다.

뚜껑은 보통 진흙을 바르거나, 밀랍을 발라 봉인한다.

아마 용기 전체를 깨뜨렸다면 향유를 원하는 곳에 부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내게 있는 향유 옥합 주께 가져와 그 발 위에 입맞추고 깨뜨립니다."라는 찬양이 생각나는 구절이다.

유대인이 손님을 맞이할 때 하는 예절이 손님의 머리에 올리브 기름을 바르는 것인데, 마리아는 손님이신 예수의 머리도 아닌 발에 귀한 향유를 부었다.

마리아는 자기를 낮추고 예수를 높이는 마음으로 그렇게 한 것 같다.

마리아의 헌신에 이내 향유 냄새가 집안에 가득 찼다.

나드 향은 흙이나 나무의 깊은 향이 난다고 하는데, 오늘날 많이 사용하는 인조 사향인 머스크 향과 비슷하다고 한다.

 

제임스 티소의 작품. 누가복음 7장에 나온 별개의 사건을 다룬 것 같지만 비슷한 상황이어서 올린다.

 

같은 사건?

누가복음 7:38은 한 동네에 죄인인 여자가 울며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씻고 그 발에 입 맞추고 향유를 부은 비슷한 사건이 있다.

마태복음 26장과 마가복음 14장은 예수님이 베다니 지역의 나병환자 시몬의 집에서 식사하실 때 한 여자가 나드 향유를 가지고 나와 그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의 머리에 부었다.

마태복음과 마가복음 두 책에 기록된 사건은 요한복음 본문의 사건과 같은 사건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마리아는 그 향유를 예수님의 머리에도, 발에도 부은 것 같다.

누가복음 7장에 나온 사건의 배경은 바리새인의 집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별개의 사건으로 본다.

 

단순 비교하면 낭비 : 4~6절

그때 예수님의 제자이자, 나중에 예수님을 팔아넘긴 가룟 유다가 나서서 마리아를 꾸짖었다.

“이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지 않고, 왜 이렇게 낭비하는가?

단순히 계산해보면 가룟 유다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유다의 속마음은 가난한 자를 아끼는 마음이 아니라 돈이 아까워서이다.

가룟 유다는 머리 회전이 빠른 지식인으로, 예수님 앞으로 들어온 후원금이나 생활비를 넣어두는 돈궤를 맡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탐욕에 휘둘려 이 돈궤에 있는 돈을 훔쳐 마음대로 썼다.

당시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 1데나리온이었다.

가나안 인근에서 발견된 2500년된 앨러바스타 병이다.

 

나드 향유는 앨러바스타라고 하는 대리석의 일종인 돌의 속을 파내어 만든 용기에 담고는 향기가 날아가지 않도록 뚜껑과 봉인으로 단단히 틀어막았다.

이 앨러바스타로 만든 병 자체도 귀한 것이었다.

이 조그마하고 귀한 용기에 담긴 나드 한 근에 무려 300데나리온 짜리인 것이다.

요한복음 저자는 나드 한 근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식으로 한 근으로 번역했는데 이럴 경우 600g이다.

헬라어로 기록된 신약성경에는 1 리트라라고 되어있으며, 리트라는 약 326g이다.

300데나리온은 요즘으로 치면 일당 10만원x300=3천만원 정도의 거액이다.

당시 여성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기에 마리아가 나드를 구하기 위해 들인 노력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나드는 당시 여성들이 결혼할 때 지참하는 물건으로, 신부가 신랑을 위해 한평생 사용할 향수인 것이다.

즉 마리아가 향유를 바친다는 말은 마리아의 미래와 결혼, 인생 모두를 바친다는 말이다.

200데나리온은 오병이어 기적이 일어나기 전 빌립이 5천명이 먹을 한 끼 식사 값으로 계산한 것이다.

300데나리온은 지금으로 봐도, 당시로 봐도 적지 않은 돈이다.

나드 향유가 비싼 이유는 원료인 나드초가 해발3~4000미터의 고산 지대(히말라야)에서 희귀하게 자라는 데다, 나드초의 뿌리 한 아름을 끓여서 증류해야 한두 방울 정도 밖에 안 나오기 때문이다.

 

영화 '타짜' 중 조폭 보스 곽철용

영화 타짜의 곽철용이 나와서 한 마디 할 것 같은 상황이다.

실제로 가룟 유다가 저런 표정을 짓지 않았을까?

"한 방에 삼천을 태워?"

그대로 두어라 : 7~8절

그러자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그대로 두어라. 그는 나의 장사 날(장례식)에 쓰려고 간직한 것을 쓴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지만, 나는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세상에 항상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며칠 후 십자가에 달려 죽으실 것이다.

과연 마리아가 예수님의 죽음을 예견했을까?

예수님이 “나는 곧 고난 받고 죽는다.”라는 말을 흘려들었던 다른 제자들과는 달리 마리아는 이를 귀 담아 듣고 마음에 새겼는지 모른다.

아니면 그저 사랑하는 가족 나사로를 다시 살려주신 은혜에 감사하여 향유를 바쳤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마리아는 가장 귀한 예수님을 섬기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며, 값진 것을 기꺼이 드렸다.